아치의노래

아치의노래

정태춘 0 468
정태춘
때때론 양아치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그는
하루 종일을
동그란 플라스틱
막대기 위에 앉아
비록 낮은 방바닥
한 구석
좁다란 나의
새장 안에서
울창한 산림과
장엄한 폭포수
푸르른 창공을 꿈꾼다
나는 그가 깊이
잠드는 것을 결코
본적이 없다 가끔
한 쪽 다리씩
길게 기지개를 켜거나
깜빡 잠을
자는 것 말고는
그는 늘 그 안 막대기
정 가운데 앉아서
노랠 부르고
또 가끔 깃털을 고르고
부릴 다듬고 또
물과 모이를 먹는다
잉꼬는 거기 창살에
끼워 놓은 밀감
조각처럼 지루하고
나는 그에게 이것이
가장 안전한
네 현실이라고
우기고 나야말로
위험한 너의
충동으로부터
가장 선한 보호자라고
타이르며
그의 똥을 치우고
물을 갈고 또
배합사료를 준다
아치의 노래는
그의 자유
태양빛 영혼 그러나
아치의 노래는
새장 주위로만
그저 뱅뱅 돌고
그와 함께 온
그의 친구는 바로 죽고
그는 오래 혼자다
어떤 날 아침엔
그의 털이
장판 바닥에
수북하다 나는
날지 마 날지 마
그건 자학일
뿐이야라고 말한다
너의 이념은 그저
너를 깊이 상처낼
뿐이야라고 말한다
그는 그가 정말 날고픈
하늘을 전혀
본 적 없지만
가끔 화장실의
폭포수 소리 어쩌다
창 밖 오스트레일리아
초원 굵은 빗소리에
환희의 노래 처럼 또는
신음 처럼 그 새장
꼭대기에 매달려
이건 헛된 꿈도 이념도
아니다라고
내게 말한다 그러나
아치의 노래는
새장 주위로만
그저 뱅뱅 돌고
내일 아침도 그는
나와 함께 조간 신문을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아침마다 이렇게
가라앉는 이유를 그도
잘 알 것이다
우린 서로 살가운
아침 인사도 없이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가족 누군가
새장 옆에서
제발 담배 좀
피우지 말라고
내게 말할 것이다
아치의 노래는
그의 자유
태양빛 영혼 그러나
아치의 노래는
새장 주위로만
그저 뱅뱅 돌고
아치의 노래는
우우 우 우
우우우우
우우우우 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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