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옛터(원곡)

황성옛터(원곡)

이애리수 0 293
이애리수
황성 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설운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아 가엾다 이내몸은
그 무엇 찾으려고
끝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어 있노라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
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노라
아 외로운 저 나그네
홀로 잠 못 이루어
구슬픈 벌레 소리에
말없이 눈물져요
나는 가리라 끝이 없이
이발길 닿는 곳
괴로운 이 심사를
가슴 깊이 묻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서
정처가 없이도
이 몸은 흘러서 가노니
옛터야 잘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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