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사내의화원

눈먼사내의화원

정태춘 0 267
정태춘
날아가지 마
여긴 그의 햇살 무덤
너희 날갯짓으로
꽃들을 피워주렴
아무도 볼 수 없는
그의 영혼처럼
이 화원 누구도
본 적 없지
떠나가지 마
강변의 나비들이여
너희 명랑한
그 날갯짓 소리 그치면
풀잎 그늘 아래
꽃잎들만 쌓이고
그는 폐허 위에
서 있게 될걸
오---- 눈 먼 사내의
은밀한 화원엔
오--- 흐드러진 꽃
춤추는 나비 바람
날아가지 마
여긴 그의 꿈의 영지
모든 휘파람들이
잠들고 깨이는 곳
누구도 초대할 수 없는
새벽들의
단 한 사람만의
고요한 늪지
떠나가지 마
맑은 아침 나비들이여
옅은 안개 이슬도
꿈처럼 사라지면
거기 은빛 강물
헤엄치던 물고기들
그의 화원 위로
뛰어 오를 걸
오---- 눈 먼 사내의
은밀한 화원엔
오--- 흐드러진 꽃
춤추는 나비 바람
흐드러진 꽃
춤추는 나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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