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소나기

김종률 0 288
김종률
소녀는 윤초시네
증손녀였죠
소년이 소녀를
처음 본 것은
개울가였죠
매일 하얀 목의 소녀는
개울에서 보였죠
바보 하면서
던진 조약돌을
소년은 깊이 간직했었죠
개울에 소녀가
보이지않으면
소년의 가슴은
허전했었죠
소녀의 맑고 고운 눈과
처음 마주쳤을 때
소년은 눈을 떨구었었죠
둘이는 산너머로
구경나갔죠
소녀는 보랏빛과
도라지꽃을 좋아했었죠
소년은 누렁송아지 타고
소녀를 보았죠
흰 얼굴과 분홍 스웨터
소녀와 하나로 보였었죠
소나기때문에
불어난 개울을
소년의 등에 업혀
건너갔어요
소나기 소나기
둘만의 가슴에
넘치는 물줄기
아--- 소녀는
소녀는 병들었다네
소녀는 영원한
이별을 했죠
죽거든 입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그렇게 이별했죠
소년은 소녀가
가슴속에 새겨지는
이유를 몰랐어요
이유를 몰랐어요
소나기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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