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한영애)

봄날은간다(한영애)

한영애 0 293
한영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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