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언덕

폭풍의언덕

루시아(심규선) 0 296
폭풍의언덕
루시아(심규선)

별빛이 낮은 언덕 위를
휘감아 돌 때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난 그곳에 있죠
무언가가 너의 이름을
속삭여 부르면
이 모든 게
다 무너져
버리게 달라고
기도해요
그 누가 치는 파도를
얼어붙게 할 수 있나요
누가 데인 자국을
사라지게 할 수 있나요
누구도 나만큼 그대를
사랑할 순 없어요
미워할 수 없어요
그대의 이름이 내게
온 마디마디
욱신거리는 통증이 되어
날 침범해왔죠
바람을 막고 숨을 참아도
돌아선 내가 주저앉도록
웃고 있어
오 자비로우신 신이여
내 도망칠 길을
열어주소서
사랑 해서는 안 되는
사랑을 하였나이다
한 걸음 등 뒤엔 악마가
내 한쪽 어깨에
손을 얹는데
검은 구름
저 몰려드는 폭풍에
그 누가 타는 불꽃을
얼어붙게 할 수 있나요
누가 꺾인 꽃들이
춤을 추게 할 수 있나요
누구도 나만큼 그대를
설명할 순 없어요
이해할 수 없어요
그대의 이름이 내게
온 마디마디
휘청거리는 모순이 되어
날 침범해왔죠
바람을 막고 숨을 참아도
돌아선 내가 주저앉도록
그대를 만지고
끌어안으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걸
세상이 찢기고 흔들려
너는 폭풍 속에서
웃고 있어
별빛이 낮은 언덕 위를
휘감아 돌 때면
이 모든 게
다 무너져
버리게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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