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은

이사람은

정태춘 0 503
정태춘
도회지에 황혼이
붉게 물들어 오면
여행자의 향수도
어디서 찾아든다
술렁대는 가을 바람에
잎새 떨구는 나무아래
옷깃 여미고 홀로 섯는
이 사람은 누구냐
은행나무 찬바람에
그 잎새 흩어지고
가로등 뿌연 불빛만
초저녁 하늘에 뿌리면
거리마다 바쁜 걸음
스쳐가는 사람사이
쳐진 어께에
발길 무거운
이 사람은 누구냐
땅거미 지고
어둔 변두리
가파른 골목길에
어느 취객에 노랫소리
숨차게 들려오면
길가 흩어진 휴지처럼
풀어진 가슴을 안고
그 언덕길 올라가는
이 사람은 누구냐
깊은 밤 하늘 위론
별빛만 칼날처럼
빛나고
언덕 너머 목쉰 바람만
빈 골목길을 달리는데
창호지 문살 한 귀퉁이
뿌연 등불을 밝히고
거울보며 일기 쓰는
이 사람은 누구냐
거울보며 일기 쓰는
이 사람은 누구냐
이 사람은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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