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0 291
이승환
내 오랜 낡은 수첩
빛 바래진 종이 위에
분홍 글씨 그대 이름
내게 남아선 안 되는
그 뒷모습 따라가 보는
엄마 잃은 아이처럼
그대 손을 놓쳐 버린
그 거리를
나 기억 못하네
많은 시간이 흘러서
우리 살아가는
작은 세상
몇 바퀴를 돌아
그대가 내 삶의
시작이었다는
뒤늦은 고백도
갈곳이 없네
어쩌면 어김없이
지나는 가을
그 긴 옷자락
가려지는 슬픈 얼굴
서로 서로
비밀이 되가네
혹시 시간이 지쳐서
우리 살아가는 동안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대가 내 삶의
끝이 돼 주기를
바라는 내 사랑
보여주겠네
먼 옛날 눈물로
지새던 밤
그대 기억도 못할 약속
가슴에 남아
혹시 시간이 흘러도
우리 살아 있는 동안
다신 볼 수 없다 해도
그대의 태양이
다 지고 없을 때
말없이 찾아가
꽃이 되겠네
내 사랑 영원히
잠드는 잔디 위에
꽃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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