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고도솔천아

애고도솔천아

정태춘 0 273
정태춘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선말 고개 넘어 간다
자갈길에 비틀대며 간다
도두리 벌 뿌리치고
먼데 찾아 나는 간다
정든 고향 다시 또 보랴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이깟 행차에
흥 난다고
봇짐 든든히 쌌겠는가
시름 짐만 한 보따리
간다 간다 나는 간다
길을 막는 새벽 안개
동구 아래 두고 떠나간다
선말산의 소나무들
나팔소리에 깨기 전에
아리랑 고개만 넘어가자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도랑물에 풀잎처럼
인생행로 홀로
떠돌아 간다
졸린 눈은 부벼 뜨고
지친 걸음 재촉하니
도솔천은 그 어드메냐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등 떠미는
언덕 너머
소매 끄는 비탈 아래
시름 짐만 또 한보따리
간다 간다 나는 간다
풍우설운 등에 지고
산천 대로 소로
저자길로
만난 사람 헤어지고
헤진 사람 또 만나고
애고 오오 도솔천아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노을 비끼는
강변에서
잠든 몸을 깨우나니
시름 짐은 어딜 가고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빈 허리에 뒷짐 지고
나 - - - -
- - - - -
선말 고개 넘어서며
오월 산의 뻐꾸기야
에고 오오 도솔천아
도두리 벌 바라보며
보리원의 들바람아
애고 오오 도솔천아
애고 오오 도솔천아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