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일기

사랑일기

조성모 0 311
조성모
새벽 공기를 가르며
날으는 새들의
날개 죽지위에
첫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인부들의
힘센 팔뚝위에
광장을 차고 오르는
비둘기들의
높은 노래위에
바람속을 달려 나가는
저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피곤한 얼굴로
돌아오는
나그네의 저 지친
어깨위에
시장 어귀에
엄마품에서
잠든 아가의
마른 이마위에
공원길에서 돌아오시는
내 아버지의
주름진 황혼위에
아무도 없는 땅을
홀로 일구는 친구의
굳센 미소위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수없이 밟고
지나는 길에 자라는
민들레 잎사귀에
가고 오지 않는
아름다움에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소녀의 겨울 밤차
유리창에도
끝도 없이
흘러만 가는
저 사람들의
고독한 뒷모습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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