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우리들은

정태춘박은옥 0 375
정태춘 박은옥
제 꼬리를 물려고
뱅글뱅글 도는
고양이처럼
제 그림자를 밟으려고
뛰는 아이처럼
우리도 언제까지나
맑은 마음으로
육신의 어둡고 긴
충동을
희롱할 순 없을까
웃는 얼굴 속에 감춰진
또 다른 추악한
얼굴처럼
밝은 한쪽과
그 뒤의 길다란
그림자처럼
자신과 또 그 내부의
자신과의 싸움에서
최고의 선을 향한
우리는 항상
승리할 수 없을까
부딪쳐 오는 파도처럼
몰아쳐 오는 바람처럼
유혹과 시련은
끝이 없고
그 길가에 내가 섰는데
제 어미의 젖을
배불리 먹고
잠든 저 어린애처럼
저 산모퉁이
무덤 속의 영혼 없는
육신들처럼
우리가 모두
허기진 짐승인 양
집착하던
그릇된 애착과
욕망으로부터
초연할 순 없을까
비가 오거나 눈 오나
항상 푸르른 소나무처럼
인적 있거나 없거나
항상 열려진
저 숲속 길처럼
우리도 어느 땐가는
단 한 순간만이라도
작고 하찮은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달관할 수 없을까
부딪쳐 오는 파도처럼
몰아쳐 오는 바람처럼
유혹과 시련은
끝이 없고
그 길가에 내가 섰는데
그 길가에 내가 섰는데
그 길가에 내가 섰는데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