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숲고래여

저녁숲고래여

정태춘박은옥 0 236
정태춘.박은옥
겨울 비 오다 말다
반구대 어둑 어둑
배 띄우러 가는
골짜기 춥고
사납게만 휘도는
검은 물빛 대곡천
시끄럽게
내 발길을 잡고
다만 어린 고래여
꿈꾸는 고래여
거기 동해로 가는
길은 어디
어기야 디야
깊고 푸른 바다
어기야 그 망망대해
나의 고래는 이미
물 아래로 떠났을까
태고의 바위들
굳게 입 다물고
그의 체크 무늬 모자
위 차가운 비 그치고
허 그 배를
볼 수가 없군요
아 어린 고래여
나의 하얀 고래여
우리 너무 늦게
도착했나
어기야 디야
깊고 푸른 바다
어기야 그 백척간두
먼 세기 울산만의
신화도 아득하고
소년들의 포구도
사라지고
문 닫힌 컨테이너
그 옛날 매점 간판만
숲으로 가는 길을
막고 섰네
다만 어린 고래여
꿈꾸는 고래여
붉은 산호들 춤추는
심해는 어디
어기야 디야
저녁 숲 속의 바다
어기야
거기 서 있는 고래여
거기 문득
서 있는 고래여
거기 문득
서 있는 고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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