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시인의마을

정태춘 0 264
정태춘
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저 높은 곳에
푸른 하늘구름 흘러가며
당신의 부푼 가슴으로
불어오는 맑은 한줄기
산들바람
살며시 눈감고 들어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가쁜
자연의 생명의 소리
누가 내게 따뜻한 사랑
건네 주리오
내 작은 가슴을
달래주리오
누가 내게 생명의
장단을 쳐주리오
그 장단의 춤추게하리오
나는 자연의 친구
생명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사색의 시인이라면
좋겠소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수도승처럼
하늘의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의 밤이 오는
소리 들을 테요
우산을 접고
비 맞아 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울적한 마음에
비 뿌리는 젖은 대기에
애뜻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 주리오
내 작은손 잡아 주리오
누가 내 마음에
위안 돼주리오
어린 시인의 벗돼주리오
나는 자연의 친구
생명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사색의 시인이라면
좋겠소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수도승처럼
하늘의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의 밤이 오는 소리
들을 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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