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동백꽃이하좋다길래

선운사동백꽃이하좋다길래

정태춘 0 320
정태춘
어디 숨어 뭣들하는고
껄껄껄
나하 어허허어허어허
그 골짝 동백나무
잎사구만 푸르고
대숲에 베인 칼바람에
붉은 꽃송이들이 뚝뚝
앞산 하늘은
보자기만 하고
속세는 지척인데
막걸리집에
육자배기 하던
젊은 여자는
어딜 갔나
마하반야 바라밀다
아아함
옴 마니 마니
마니 오오홈
밥때 놓쳐서 후줄한데
공양여분이 없으랴만
요사채 굴뚝이란 놈이
잘 가거라
이따위로 살다 죽을래
낄낄낄
나하 어허허 어허어허
그 골짝 동백나무
잎사구만 푸르고
재재재 새소리에도
후두둑 꽃잎 털고
줄포만 황해 밀물
소금 바람에도
잊아뿌리고
도회지 한가운데서
재미 나게끔 사시는데
수리수리
마하 수리 아아함
옴 도로 도로
도로오오홈
칠천원짜리
동백 한그루
내 아파트 베란다에서
낙화 하시고
느닷없는 죽비 소리로
게으르구나
옴 마니 마니
마니 오오홈
옴 도로 도로
도로 오오홈
선운사에 동백꽃이
하 좋다길래
서울로 모셔다가
오래 보자 하였더니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