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내복

빨간내복

이문세 0 276
이문세
새빨간 내복을 입고
입 벌리며 잠든
예쁜 아이
낡은 양말
깁고 계신 엄마
창밖은 아직도
새하얀 겨울밤
한손엔 누런 월급봉투
한손엔 따뜻한
풀빵 가득 오
한잔 술로 행복해
흥얼거리며
오시는 아버지
그리워요 눈물이나요
가볼 수도 없는 곳
보고파요
내 뛰놀던 그 동네
날 데려가 준다면
너무 멋진 하숙생 오빠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삿짐
리어카엔
낡은 책과 라디오
문밖엔 어느새
온 동네 사람들
다시는 못 볼 것 같아
밤새워 써 논
편지를 쥐고 으흠
담 밑에 쪼그려 앉아
눈물 흘리는
하숙집 이쁜이
그리워요 눈물이나요
돌아갈 수 없는 곳
보고파요
내 뛰놀던 그 동네
날 데려가 준다면
어쩌면 나도 먼훗날
낡은 사진 속
주인공이 되어
누군가 날 그리워하며
추억하며 살아갈 수도
있을 테지
그리워요 눈물이나요
가볼 수도 없는 곳
보고파요
내 뛰놀던 그 동네
날 데려가 준다면
그리워요 눈물이나요
돌아갈 수 없는 곳
보고파요
내 뛰놀던 그 동네
날 데려가 준다면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