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어디가고

님은어디가고

정태춘 0 272
정태춘
보듬어 품에 안고
눈을 질끈 감으랴
내 님아
해도 지고 저문 날에
너는 가고 건너 산에
달이 뜨니
네 모습 저 달빛 아래
천지 사방 흩어지고
나는 달빛만 얼싸안고
나는 달빛만 얼싸안고
시름 겨워 시름 겨워
꼭 잡으면 터질세라
슬쩍 잡아 놓칠세라
꿈이 깨고
마주보면 노할세라
비켜보면 삐낄세라
날이 갔네
어느 하루 울 너머로
네 댕기 머리 보잤더니
너는 내게로 다가와서
옷고름 움켜쥐고
나는 간다 나는 간다
보듬어 품에 안고
눈을 질끈 감으랴
내 님아
해도 지고 저문 날에
너는 없고 험한 세상
바람 부니
바람조차 네 옷깃처럼
이리 저리 스쳐가고
나는 바람만 얼싸안고
나는 바람만 얼싸안고
시름 겨워 시름 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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