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세상

우리들세상

정태춘 0 240
정태춘
이제 집 사기는
다 틀렸네
예라 더러운 놈의 세상
미친- 놈의 세상
승질 나서 뒈-지겠네
맑은 하늘의 햇살이
남한이나 북한이나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제일 세계나
제삼 세계나
아니 서울의 변두리
셋방살이 내 집에도
차별없이 평등히
따숩게 내리 쪼일 때
일층의 젊은 사모님
햇살이 따가워
넓은 마루 유리문에
그물같은 커튼을 치고
발톱에 발-톱에
매니큐어 매니큐어
빨갱이 보다 새빨간
매니큐어를 바를 때
지하실에 우리 집 애들
책가방만한
창가로 흘러 드는
찌그러진
한 조각의 햇살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리며 놀다
그 창에 대고
조용히 묻네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이제 잘살기는
다 틀렸네
예라 있는 놈의 세상
가진 놈의 세상
열 받쳐서 미치겠네
하체 힘도 쭉 빠지네
맑은 하늘의 햇살이
남한이나 북한이나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제일 세계나
제삼 세계나
아니 서울의 변두리
비닐 하우스 동네에도
차별없이 평등히
따숩게 내리 쪼일 때
썩어가는 나라 자본의
독점의 발톱이
한 필지 두- 필지
숨차게 줄을
그어댈 적에
촌놈들 살겠다고
떠나온들 무엇하나
파출부에 날품팔이
쌩몸 팔아 연명할 적에
못난 부모들 막일 나가고
버려진 애들
아무거나 줏어 먹고
아무데나 묽은
똥질을 할 적에
깡패들이 들이닥쳐
그 집을 부술제
그 아이들이
조용히 묻네
'우리들 세상은
이제 망한건가요'
아니
이제 바로 시작이다
저 망치 몽둥이를 뺏아라
이제 너희들의 것이다
이 더러운 집들을
때려 부수자
부숴 부숴 부숴 버려
(그만)
'이젠 또 무엇을
부술까요'
여기 패배와 순종
체념과 그 비굴
이 애비의
의식에 내리쳐라
이 죽은 의식에
내리쳐라 쳐라 쳐라
이제 바로 시작이다
이제 바로 시작이다
우리 세상 우리 세상
우리 세상 우리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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