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마쇼

걱정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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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저 녀석이
음악 한답시고
빨빨거릴쯤
하나같이 혀를 차며
작작하라고 좀
한 일 년 저러다 말겠지
박자에 놀아난 날갯짓
또 날로 늘어난
재미 속에
이 삶을 택했지
개뿔 없는 내 모습을
음악으로 커버 치고
배고픔을 즐기는
이 예술가 흉내
나는 꿈이 배불러요
근데 타는 내 속내
자기 전엔
가끔 나도 내가 우습네
졸업장이 없이 맞는
미래라는 게
서른 넘어가면
그게 지뢰밭이래
근데 어딜 봐서
내 인생이
전쟁같이 보여?
괜한 노파심에
나를 보는 것도 고역
가장 큰 배련
그냥 관심 꺼 주세요
나는 놀면서 돈 번다
알어? 얼마나 재밌는지?
떵떵거리며 살진 못해도
어찌됐 건
굶어 죽진 않았으니
평타 친 거 아니야?
걱정 마요 내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죠
내 삶의 향기가
날 미소 짓게 하는데
누군가 내 모습
한심하게 쳐다봐도
이제 좀 신경 꺼 주세요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
내 밤은
너무너무 길었다
쥐구멍에 볕 뜰 날
온다는 건 알고 있었다
공부하면 성공한대
음악 하면 손가락 빤대
이딴 거 다 괴소리다
한 우물 팠네
공부 대신 음악 듣고
홀로 꿈 찾았지
과연 그게 돈벌이 되냐
혀를 찼지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굶었던 배는 부르고
내가 만든 노래
누군가가 따라 부르고
무시했잖아
혁기는 밥은 먹고 사니
걱정 마쇼 엄마 손에
쥐어 준 만 원짜리
집에 손 안 벌리고
서울살이 잘 지냅니다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술값도 잘 냅니다
결과는 아름답지만
지옥 같던 십 년
피눈물 흘려
갈고닦은 실력
아직 부자는 아니더라도
부자를 꿈꿀 수 있어
내 음악을 누군가
듣고 있으니 아멘
걱정 마요 내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죠
내 삶의 향기가
날 미소 짓게 하는데
누군가 내 모습
한심하게 쳐다봐도
이제 좀 신경 꺼 주세요
걱정 말래도 걱정이 돼
네 꼬라지
이제 관두라니 말이 돼?
냅 두라지
밥은 먹고 살겠냐는
그런 뻔한 충고 말고
이젠 좀 더 강한 걸로
나를 자극해
고생길로의 시작을 알릴
막이 오르고
수십 곡을 썼어도
내 음악은 모르고
그런데도 좋다고
이 길이 난 옳다고
더 깊게 계속
빠져들고 있었는데
걱정과는 달리
지금 나름 괜찮아
몇몇 친구들과 벌어진
이 작은 편차가
달콤하기도 해 가끔
부러워하는 녀석들의
눈빛을 받으며
한껏 느끼는데
적지 않은 굴욕에도
음악이란 감투 쓰고
애써 미소로
괜찮은 척하며
여태껏 계속해
한길을 걷는 우리잖아
그럼 됐어
남들 만큼만 하고 살어
그럼 됐잖아
걱정 마요 내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죠
내 삶의 향기가
날 미소 짓게 하는데
누군가 내 모습
한심하게 쳐다봐도
이제 좀 신경 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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