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향수

나훈아 0 325
나훈아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음음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울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우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꿈엔들
(꿈엔들)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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