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가뭄

김민기 0 226
가뭄
김민기

갈숲 지나서
산길로 접어 들어와
몇 구비 넘으니
넓은 곳이 열린다
길섶에 핀 꽃
어찌 이리도 고우냐
허공에 맴도는 소리는
잠잘줄을 모르는가
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난다 에헤야
텅 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오랜 가뭄에
논도 밭도 다 갈라지고
메마른 논두렁엔
들쥐들만 기어간다
죽 죽 대나무야
어찌 이리도 죽었나
옛 집 추녀엔
이끼마저 말라 버렸네
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난다 에헤야
텅 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이 가뭄 언제나 끝나
무슨 장마 또 지려나
해야 해야 무정한 놈아
찾을 줄을 모르는가
걸걸 걸음아
무심한 이내 걸음아
흥흥 흥타령일세
시름도 겨우면 흥이 나나
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난다 에헤야
텅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텅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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