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첫차를기다리며

다시첫차를기다리며

정태춘 0 348
정태춘박은옥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막차는 생각보다
일찍 오니
눈물 같은 빗줄기가
어깨 위에
모든 걸 잃은
나의 발길 위에
싸이렌 소리로
구급차 달려가고
비에 젖은 전단들이
차도에 한번더 나부낀다
막차는 질주하듯
멀리서 달려오고
너는 아직 내
젖은 시야에
안 보이고 무너져
나 오늘 여기
무너지더라도
비참한 내 운명에
무릎 꿇더라도
너 어느 어둔 길모퉁이
돌아 나오려나
졸린 승객들도
모두막차로 떠나가고
그해 이후 내게 봄은
오래 오지 않고
긴 긴 어둠 속에서
나 깊이 잠들었고
가끔씩 꿈으로
그 정류장을 배회하고
너의 체온
그 냄새까지
모두 기억하고
다시 올 봄의 화사한
첫차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내 영혼
비에 젖어 뒤척였고
뒤척여 내가 오늘
다시 눈을 뜨면
너는 햇살 가득한
그 봄날 언덕길로
십자가 높은 성당
큰 종소리에
거기 계단 위를
하나씩 오르고 있겠니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첫차는 마음보다
일찍 오니
어둠 걷혀 깨는
새벽길 모퉁이를 돌아
내가 다시
그 정류장으로
나가마
투명한 유리창 햇살
가득한 첫차를 타고
초록의 그 봄날
언덕길로 가마
투명한 유리창 햇살
가득한 첫차를 타고
초록의 그 봄날
언덕길로 가마
초록의 그 봄날
언덕길로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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