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즈음

마흔즈음

안치환 0 298
안치환
한몸인 줄 알았더니
아니다 머리를 받친
목이 따로 놀고
어디선가 삐그덕
삐그덕 나라고
믿던 내가 아니다
딱 맞아
떨어지지가 않는다
언제인지 모르게
삐긋하더니
머리가 가슴을
따라주지 못하고
저도 몰래 손발도
가슴을 배신한다
확고부동한 깃대보다
흔들리는 깃발이
더 살갑고
미래조의 웅변보다
어눌한 말이 더
날 흔드네
후배 앞에선
말수가 줄고
그가 살아온
날만으로도 고개가
숙여지는 선배들
실천은 더뎌지고
반성은 늘지만
그리 뼈아프지도 않다
모자란 나를 살 뿐인
이 어슴푸레한 오후
한맘인 줄 알았더니
아니다 늘 가던 길인데
가던 길인데
이 길밖에 없다고
없다고 나에게조차
주장하지 못한다
확고부동한 깃대보다
흔들리는 깃발이
더 살갑고
미래조의 웅변보다
어눌한 말이 더
날 흔드네
후배 앞에선
말수가 줄고
그가 살아온
날만으로도 고개가
숙여지는 선배들
실천은 더뎌지고
반성은 늘지만
그리 뼈아프지도 않다
모자란 나를 살 뿐인
이 어슴푸레한 오후
모자란 나를 살 뿐인
이 어슴푸레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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