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기지촌

김민기 0 322
김민기
서산 마루에
시들어지는
지쳐버린 황혼이
창에 드리운
낡은 커텐 위에
희미하게 넘실거리네
어두움에 취해버린
작은방 안에
무슨 불을 밝혀둘까
오늘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아무것도 뵈지 않네
가로등 아래
장님의 노래는
아무한테도 들리지 않고
자동차 소리
개 짖는 소리에
뒤섞여서 흩어지네
시계 소리 내 귓전을
스쳐더니만 창밖으로
새어나가
오늘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아무것도 들리잖네
밤거리에는
낯선 사람들
떠들면서 지나가고
짙은 화장의
젊은 여인네들이
길가에 서성대네
작은 별들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하늘 끝으로 달아나
오늘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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