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담쟁이

안치환 0 330
안치환
내겐 허무의 벽으로만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인지도 몰라
내겐 무모한
집착으로만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황홀하게 취하는
광기인지도 몰라
누구도 뿌리 내리지
않으려 하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 내리는 저여자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달고 있네
질긴 슬픔의
동아줄을 엮으며
칸나꽃보다더 더높이
하늘로 오르네
누구도 뿌리 내리지
않으려 하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 내리는 저여자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달고 있네
질긴 슬픔의
동아줄을 엮으며
칸나꽃보다더 더높이
하늘로 오르네
마침내 벽 하나를
몸 속에 삼키고
온몸으로 벽을
갉아 먹고 있네
아아아아 아아아아
지독한 사랑이네
지독한 사랑이네
지독한 사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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