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부가

사망부가

정태춘 0 418
정태춘
저 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거친 베옷 입고 누우신
그 바람 모서리
나 오늘 다시 찾아가네
바람 거센 갯벌 위로
우뚝 솟은 그 꼭대기
인적 없는 민둥산에
외로워라 무덤 하나
지금은 차가운
바람만 스쳐갈 뿐
아 향불 내음도 없을
갯벌 향해 뻗으신
손발 시리지 않게
잔 부으러 나는 가네
저 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모진 세파 속을 헤치다
이제 잠드신 자리
나 오늘 다시 찾아가네
길도 없는 언덕배기에
상포자락 휘날리며
요랑 소리 따라가며
숨 가쁘던 그 언덕길
지금은 싸늘한
달빛만 내리비칠
아 작은 비석도 없는
이승에서 못다 하신
그 말씀 들으러
잔 부으러 나는 가네
저 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지친 걸음 이제
여기 와 홀로
쉬시는 자리
나 오늘 다시 찾아가네
펄럭이는 만장너머
따라오던 조객들도
먼 길 가던 만가소리
이제 다시 생각할까
지금은 어디서
어둠만 내려올 뿐
아 석상 하나도 없는
다시 볼 수 없는 분
그 모습 기리러
잔 부으러 나는 가네
잔 부으러 나는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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