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나그네

정태춘 0 360
정태춘
새벽이슬 맞고
떠나와서 어스름
저녁에 산길돌고
별빛속에 묻혀
잠이들다 저승처럼
먼길의 꿈을꾸고
첫 새벽 추위에
잠이깨어
흰 안개속에서
눈 부빈다
물도랑 건너다
손담그고 보리밭
둑에서 앉았다가
소나무 숲사이로
길을 돌며 먹구름
잔치에 깜짝놀라
먼 길을 서둘러
떠나야지 소낙비
맞으며 또가야지
산 아래 마을엔
해가지고 저녁짓는
연기 들을 덮네
멀리 딴 동네 개가 짖고
아이들 빈들에
공을 치네
어미마다 지아이
불러가고 내가
또 빈들에 홀로섯네
낮에 들판에서
불던바람 이제는
차가운 달이 됐네
한낮에 애들이
놀던 풀길 풀잎이
이슬을 먹고있네
이제는 그길을
내가 가네 나도
애들처럼 밟고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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