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연못

작은연못

양희은 0 242
양희은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간 주)
1 2 3 4
어느 맑은 여름 날
연못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그놈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푸르던 나무 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져
연못 위에
작은 배 띄우다가
깊은 물에 가라앉으면
집 잃은 꽃 사슴이
산속을 헤매다가
연못을 찾아와
물을 마시고
살며시 잠들게 되죠
(간 주)
1 2 3 4
해는 서산에 지고
저녁 산은 고요한데
산허리로 무당벌레 하나
휘익 지나간 후에
검은 물만 고인 채
한없는 세월 속을
말없이 몸짓으로 헤매다
수많은 계절을 맞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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