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떠나보내다

다시떠나보내다

김동률 0 359
김동률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
넌 그리도
담담한 얼굴로
가쁜 숨에
들썩이는 어깨
토닥여 주곤 했지
지나보면
보잘 것도 없는
작은 꿈에
들떠 있을 때도
넌 그리도
서늘한 얼굴로
꾸짖어 주곤 했지
그래선 안된다고
난 너에게
무엇을 주었나
난 도대체
무엇을 주었나
길을 잃을 땐
언제나 나를
붙들어 준 너에게
내가 사랑한 너에게
난 널 위해
무엇을 잃었나
난 도대체
무엇을 잃었나
아직 따스한
너의 손길을
느낄 수가 있는데
이렇게 남아 있는데
어리석은 시간이 흐르고
지친 내 영혼이
너를 찾아갔을때
그리도 서글픈 얼굴로
내 두 손을
잡은 채 말했지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늦어버렸다고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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