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가

실향가

정태춘 0 337
정태춘
고향 하늘에
저 별 저 별
저 많은 밤 별들
눈에 어리는
그 날 그 날들이
거기에 빛나네
불어오는 겨울 바람도
상쾌해
어린 날들의 추억이
여기 다시
춤을 추네
춤을 추네
저 맑은 별빛 아래
한밤을 깊도록
뛰놀던 골목길
그 때 동무들
이제 모두 어른 되어
그 곳을 떠나고
빈 동리 하늘엔
찬바람결의 북두칠성
나의 머리 위로
그 날의 향수를
쏟아부어
눈물 젖네
눈물 젖네
나의 옛집은
나도 모르는
젊은 내외의
새주인 만나고
바깥 사랑채엔
늙으신 어머니
어린 조카들
가난한 형수님
아버님 젯상엔
둘러 앉은
객지의 형제들
한 밤의 정적과
옛 집의 사랑이
새삼스레
몰려드네
몰려드네
이 벌판 마을에
긴 겨울이 가고
새 봄이 오며는
저 먼 들길위로
잊고 있던
꿈같은 아지랑이도
피어오르리라
햇볕이 좋아
얼었던 대지에
새 풀이 돋으면
이 겨울 바람도
바람의 설움도
잊혀질까
고향집도
고향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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