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달

서울의달

정태춘 0 303
정태춘
저무는 이 거리에
바람이 불고
돌아가는 발길마다
무거운데
화사한 가로등
불빛 너머
뿌연 하늘에
초라한 작은 달
오늘 밤도 그 누구의
밤길 지키려
어둔 골목
골목까지 따라와
취한 발길
무겁게 막아서는
아 차가운
서울의 달
한낮의 그림자도
사라지고
마주치는 눈길마다
피곤한데
고향 잃은 사람들의
어깨 위로
또한 무거운
짐이 되어 얹힌 달
오늘 밤도 어느 산길
어느 들판에
그 처연한 빛을
모두 뿌리고
밤 새워 이 거리
서성대는
아 고단한
서울의 달
밤 새워 이 거리
서성대는
아 고단한
서울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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