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누구인고

나는누구인고

정태춘 0 460
정태춘
갈 바람 소리에
두 눈을 감으면
내가 섰는 곳은
어딘고
나는 누구인고
옷자락에 스미는
찬 바람에 움츠린
나는 외로운 산길의
나그네로구나
하얀 달빛 아래
고개를 숙이면
내가 섰는 곳은
어딘고
나는 누구인고
풀밭 아래
몸을 털고
먼 곳을 향해
떠나는 나는
외로운 밤길의
나그네로구나
찬 새벽 이슬에
단잠이 깨이면
내가 있는 곳은
어딘고
나는 누구인고
근심스런 눈빛으로
울듯이 떠나가는
나는 내
먼 길을 헤매는
나그네로구나
나는 내
먼 길을 헤매는
나그네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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