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러니까

십센치(10cm) 0 205
십센치(10cm)
아침이 오는
나의 마음에
어느샌가
분홍빛이 물들지만
구름이 오고
바람이 불어 흐려지면
한순간도
버텨 내지 못할 거야
너의 마음과
너의 얼굴은
다시 봐도
너무나 눈부시지만
너의 두 손을
결국에 나는
머뭇하다 못 잡을 거야
난 최고 멍청이니까
한 침대 한 이불
단잠을 깬 너는 웃고
식탁에 마주 앉아
좋기도 하겠지만
커튼을 올리고
눈이 밝아지면
보게 될 거야
난 아무것도 아니니까
비 오는 퇴근길
우산 속의 너를 안고
저녁거릴 사 들고
좋기도 하겠지만
안개가 걷히고
눈이 밝아지면
보게 될 거야
난 아무것도 아니니까
노을이 드는
낡은 창가에
걸터앉아
네 얼굴을 생각했지
환한 얼굴의
나와는 다른 슬픈 표정
우리 둘은
이뤄지지 않을 거야
우리 둘은
행복하지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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