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꿈

나무의꿈

수니 0 249
수 니
초록별 뜬 푸른 언덕에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딱따구리
옆구리를 쪼아도
벌레들 잎사귀를 갉아도
바람이 긴 머리
크러 놓아도
아랑곳없이 그저 묵묵히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아름드리 어엿한 나무가
만개한 꽃처럼 날개처럼
너를 품고 너희들 품고
여우비 그치고
눈썹달 뜬 밤
가지 끝 열어
어린 새에게
밤하늘을 보여주고
북두칠성 고래별 자리
나무 끝에 쉬어
가곤 했지
새파란 별똥 누다
가곤 했지
찬찬히 숲이
되고 싶었지
다람쥐 굶지 않는
넉넉한 숲
기대고 싶었지
아껴주면서
함께 살고 싶었지
보석 같은 꿈
한 줌 꺼내어
소색거리며 일렁거리며
오래 오래 안개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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