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전그날

일년전그날

소지섭 0 226
소지섭
뭐 그럭저럭 잘 지냈어
너는?
간만에 풀린 날씨
기분 좋게 맞는 아침
오랜만에 좀 걷고 싶어
바깥 공기도 마실 겸
하늘 보며 걷다 보니
발 가는 데로 닿다 보니
눈에 익은 이 길
지금은 조금은 희미해진
너와 걷던
다음 봄에 다시 걷자
손가락 걸었던
그 길 위에서
네가 서 있었던
그 자리에서
널 떠올려 웃으며
이젠 꺼내 볼 수 있어
네 기억 이젠 날카롭지
않나 봐 안 아파
너를 바래다주던 이 길
내 맘 고백했던 이곳
사랑은 다 끝났지만
다시 이 자리에
혹시 미련 남길까 봐
시선조차 피했었지
잊기 전엔 다신 안 가
이 악물고 다짐했었지
이젠 너와 웃던
그 길에서
너와의 추억에 기대서
행복했던 땔 떠올려
너와의 자리에 머물러
괜히 또 만져 보다가
눈 감아 보다가
이젠 물어볼 수 있어
이젠 답할 수 있어
요즘 잘 지내냐고
나도 잘 지낸다고
너를 바래다주던 이 길
내 맘 고백했던 이곳
사랑은 다 끝났지만
다시 이 자리에
네가 보여
늘 크게 웃던 네가 들려
그리워서 보고 싶어서
지울 수 없나 봐
그동안 약해지기 싫어서
네 흔적들
피하면서 살았지만
이젠 다 괜찮아졌어
뭐 조금씩 잊혀져지겠지
괜찮아지겠지
괜찮아
기억 속 너와 마주해도
괜찮아 바보 같았던
날 보게 돼도
괜찮아 너와의 추억
간직한 채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나 혼자 이 길을 걷는다
지난 시간을 헤맨다
사랑은 지나갔지만
다시 이 자리에
내게는 하나뿐이었던
눈부시게 소중했던
사랑은 다 끝났지만
다시 이 자리에
잘 가 잘 가라구 가
일 년 전 그날
그렇게 쉽게
널 떠나보낸
바보 같은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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