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이제서야

김동률 0 495
김동률
가끔 거리를 나서면
온통 행복한 연인들
자꾸만 왜
걸음이 바빠만 지고
괜시리 울컥
화가 나는지
혼자서 영화를 볼때나
슬픈 음악을 들을땐
생각없이
한바탕 울며 웃다가
터질듯 가슴이
저며 오곤 해
사랑해 되뇌이다 왜
나도 몰래 미안하단
말이 섞여 나오는지
잘못했던 것만
생각나는지
한발 늦어서
다 알게 되는지
술취한 밤이면 전화번호
수첩을 뒤적이다가
멍하니 잠을
또 설치기도 해
돌아와 말도 못하고
나 혼자서
쓸데없이
헛된 기대만 하는지
왜 이렇게
내가 바보같은지
나의 부족한 사랑에
지쳐 떠나간 거라면
이제 난 준비가
된 것도 같은데
매일 웃게 해줄 수
있을텐데
헤어진 아픔에 비해
다시 시작하는 건
내겐 너무
쉬울것만 같은데
정말 잘할 수
있을것 같은데
이제서야 난
다 알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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