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에서

북한강에서

정태춘 0 448
정태춘
저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 빈 거릴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소
강물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젠
새벽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거요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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