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사댁셋째딸

최진사댁셋째딸

조영남 0 236
조영남
건너 마을에
최진사댁에
딸이 셋 있는데
그중에서도
셋째 따님이
제일 예쁘다던데
아따 그양반
호랑이 라고
소문이 나서
먹쇠도 얼굴한번
밤쇠도 얼굴한번
못 봤다나요
그렇다면
내가 최진사
만나뵙고
넙죽 절하고
아랫마을 사는
칠복이 놈이라고
말씀 드리고 나서
염체 없지만
셋째 따님을
사랑 하오니
사윗감 없으시면
이몸이 어떠냐고
졸라 봐야지
다음날 아침
용기를 내서
뛰어 갔더니만
먹쇠란놈이
눈물 흘리며
엉금 엉금 기면서
아침 일찌기
최진사댁에
문을 두드리니
얘기도 꺼내기전
볼기만 맞았다고
넋두리 하네
그렇지만
나는 대문을
활짝 열고
뛰어 들어가
요즘 보기드문
사윗감 왔노라고
말씀 드리고나서
육간 대청에
무릎 꿇고서
머리 조아리니
최진사 호탕하게
껄껄껄 웃으시며
좋아하시네
웃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고개 들어보니
최진사 양반
보이지 않고
구경꾼만 모였네
아차 이제는
틀렸구나고
일어서려니까
세째딸 사뿐 사뿐
내게로 걸어와서
절을 하네요
얼씨구나 좋다
지화자 좋을시고
땡이로구나
천하의 호랑이
최진사 사위되고
예쁜 색시 얻으니
먹쇠란 놈도
밤쇠란 놈도
나를 보면은
일곱개 복중에서
한개가 맞았다고
놀려 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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