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표범

킬리만자로의표범

조용필 0 256
조용필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 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장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한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말아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사랑하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건
사랑 때문이라고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 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내 청춘의 건배를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엔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 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살이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꺽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되리
내가 지금 이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라 라라라라 라라
라 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
라 라라라 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 라리라
라 라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
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
라 라라라라 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 라 라
라라 라라 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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