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달팽이

패닉 0 459
패 닉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깨면 아무도 없어
좁은 욕조 속에
몸을 뉘었을 때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줬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모두 어딘가로
차를 달리는 길
나는 모퉁이
가게에서
담배 한 개비와
녹는 아이스크림들고
길로 나섰어
해는 높이 떠서
나를 찌르는데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어느새 다가와
내게 인사하고
노랠 흥얼거렸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내 모든걸 바쳤지만
이젠 모두
푸른 연기처럼
산산이 흩어지고
내게 남아있는
작은 힘을 다해
마지막 꿈속에서
모두 잊게
모두 잊게 해줄
바다를 건널 거야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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