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아

동생아

최백호 0 263
동생아
최백호

꽃이 지는 날에는
한 살이라도
젊은 니가 울어라
나는 낯선 동네 뒷골목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나 한잔하며 놀란다
봄이 간다고
누가 죽는 것도 아니고
꽃 가득한 봄날에 떠나면
덜 외로울까
잊혀지는 것들에
매달리지 마라
돌아오지 못하는 게
사람뿐이랴
꽃이 필 때도 울고
꽃이 진다고 울고
살아 있는 거보다
더 좋은 거
세상에 어디 있더냐
동생아
꿈을 꾼다고
젊어지는 것도 아니고
다시 돌아온다고 믿으면
덜 서러울까
떨어지는 것들에
마음 쓰지 마라
한바탕 잔치 같은
삶이었더라
사랑한다고 울고
이별한다고 울고
살아 있는 거보다
더 좋은 거
세상에 어디 있더냐
동생아
그 날 그 꽃 피던 날
니가 그렇게
꽃처럼 웃더라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