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

애비

최백호 0 697
최백호
가뭄으로 말라터진
논바닥 같은
가슴이라면
너는 알겠니
비바람 몰아치는
텅 빈 벌판에
홀로 선 솔나무같은
마음이구나
그래 그래 그래
너무 예쁘다
새하얀 드레스에
내 딸 모습이
잘 살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
애비 소원은
그것 뿐이다
아장 아장 걸음마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자라
내 곁을 떠난다니
강처럼 흘러버린
그 세월들은
이 애비 가슴속에
남아있구나
그래 그래 그래
울지마라
고운 드레스에
얼룩이 질라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애비 부탁은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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