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추위

윤종신정인 0 218
윤종신정인

아무리 옷깃을 올려도
파고들어 오는 냉기에
입김을 다시
얼굴에 부빈다
아무도 주위에 없어서
나를 바라보지 않아서
웅크린 내 몸이
그렇든 말든
뿌예진 안경이라도
내 몸을
녹일 수만 있다면
그놈의 집도
들어갈 수 있어
얼어붙은 혀가
뭐라고 하든
몸이 녹으면 후회할까
얼어 죽을 용기도 없이
그 길을
걸을 생각을 했냐고
살갗 좀 아려 온다고
발 좀
무감각해진 것 같다고
덜컥 겁이 나서
안주한 걸까
그냥 좋은 게
좋은 게 아닐까
이 계절은 꼭
날 찾아와
뼛속 나약함을
확인시켜 줘
굳이 고된 나를 택했던
내 사람의 눈
바라보게 해
까마득한 이 계절의 끝
너무 아득해 아득해
밤이 찾아오면 누군가
스산하게 귀에 속삭여
이 계절은
여기서 머물라고
여기서 그냥 살라고
더 가 봤자
거기서 거기라고
여기까지 온 게
대단하다고
이젠 짐을 풀고
수다 떨자고
이 계절은 꼭
날 찾아와
한낱 이기심인 듯
느끼게 해 줘
굳이 고된 나를 택했던
내 사람의 눈
바라보게 해
까마득한 이 계절의 끝
너무 아득해 아득해
오르막을 넘어 찾아온
이 바람
살을 도려낼 듯한데
굳이 걷는 나를 택했던
내 사람은
계속 가라 하네
까마득한 이 계절의 끝
결국 올 거야 올 거야
녹듯이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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