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장

합장

정태춘 0 232
정태춘
탑 돌아 불어오는
바람결에
너울진 소맷자락 날리고
새하얀 고깔 아래
동그란 얼굴만
연꽃잎처럼 화사한데
그 고운 눈빛속에
회한이사 없으랴만
연잎에 맺힌 이슬
빛나는 햇살에
눈길 주어 웃는다
이 생의 뜨거운 것
노을 빛 젖어 가려무나
허공의 먼 파도 소리도
연잎 아래 잠들어라
염주알 헤아리는
모타라수에
백팔번뇌 사라지고
그 님의 고운 미소
초저녁 하늘로
자비롭게 번진다
그 마음 구비구비
울리는 풍경에
엉킨 매듭 풀리고
억만겁 하루 같이
흘러온 세월만
초저녁 비에 젖는데
저 맑은 연못 속의
볼 젖은 꽃잎을 보다가
한 걸음 다가서며
나무아미타불
그 님 목소리도 고와라
이 생의 메마른 것
세우보시로 젖으려무나
법당의 먼 불경 소리에
사바세계는 잠들어라
비젖은 쇠북소리
먼먼 길을
어둠 속으로 떠나고
그 님도 먹장삼에
비 적시며
돌계단을 오른다
그 님의 고운 미소
초저녁 하늘로
자비롭게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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