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군인의노래

늙은군인의노래

양희은 0 889
양희은
나 태어나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피고 눈 내리길
어언 삼십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흙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내 청춘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 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런
군인의 아들이다
좋은 옷 입고프냐
맛난 것 먹고프냐
아서라 말아라
군인 아들 너로다
아 다시 못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내 청춘
내 평생 소원이
무엇이더냐
우리 손주 손목잡고
금강산 구경일세
꽃피어 만발하고
활짝 개인 그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내 청춘 다 갔네
아 다시 못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내 청춘
푸른 하늘 푸른 산
푸른 강물에
검은 얼굴 흰머리에
푸른 모자 걸어가네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우리손주 손목잡고
금강산 구경가세
아 다시 못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내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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