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병과이쁜이

이일병과이쁜이

조영남 0 469
조영남
나하나 몸 간수도
못하던 내가
총 메고 싸움터에
나섰습니다
부모님 말씀도
안 듣던 내가
조국의 부름에
따랐습니다
훈련소서 더벅머리
싹둑 잘릴 땐
서러움의 눈물을
흘렸지 만은
예이 예이 예이
지금은 산뜻한
군복을 입고
호미대신 총을 멘
멋쟁이라오
물지게도 제대로
못 지던 내가
거칠은 훈련도
받아넘기고
뛰었다 하면 구보 길
이십여리에
감기 한번 안 걸린
사나이 됐다오
달이 밝은 야영 때는
편지를 쓰죠
어머님 그동안
안녕하신지
예이 예이 예이
당신 곁 떠나올 때
울던 바보가
지금은 나라의
기둥이지요
고향을 떠나서
멀리와 보니
무엇보다 그리운 건
이쁜입니다
떠나올 때 날 붙들고
울던 이쁜이
행여나 긴 세월
기다려 줄까
날 버리고 다른 데로
시집간다면
이보다 더한 슬픔
없을 겁니다
예이 예이 예이
조국에 충성하고
돌아가는 날
누구보다 이쁜이가
반겨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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