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

한여름밤

정태춘 0 388
정태춘
한 여름 밤의
서늘한 바람은
참 좋아라
한낮의 태양 빛에
뜨거워진 내 머릴
식혀 주누나
빳빳한 내 머리카락
그 속에 늘어져
쉬는 잡념들
이제 모두 깨워
어서 깨끗이
쫓아 버려라
한 여름 밤의
고요한 정적은
참 좋아라
그 작은 몸이
아픈 나의
갓난 아기도 잠시
쉬게 하누나
그의 곁에서
깊이 잠든 피곤한
그의 젊은 어미도
이제 편안한 휴식의
세계로 어서
데려 가거라
아무도 문을
닫지 않는
이 바람 속에서
아무도 창을
닫지 않는
이 정적 속에서
어린 아기도
잠이 들고
그의 꿈 속으로
바람이 부는데
한 여름밤의
시원한 소나기
참 좋아라
온갖 이기와
탐욕에 거칠어진
세상 적셔 주누나
아직 더운 열기
식히지 못한
치기 어린
이 젊은 가슴도
이제 사랑과
연민의 비로
후드득 적셔 주어라
한 여름 밤의
빛나는 번개는
참 좋아라
작은 안락에
취하여
잠들었던 혼을
깨워 주누나
번쩍이는
그 순간의 빛으로
한밤의 어둠이
갈라지니
그 어둠 속에 헤매는
나의 길도
되밝혀 주어라
아무도 멈추게
할 수 없는
이 소나기 속에서
아무도 가로
막을 수 없는
이 번개 속에서
어린 아기도
잠이 들고
나의 창으로
또 번개는 치는데
아무도 멈추게
할 수 없는
이 소나기 속에서
아무도 가로
막을 수 없는
이 번개 속에서
어린 아기도
잠이 들고
나의 창으로
또 번개는 치는데
나의 창으로
번개는 치는데
나의 창으로
번개는 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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