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8가

청계천8가

천지인 0 407
천지인
파란불도 없는
횡단 보도를
건너가는 사람들
물샐틈 없는
인파로 가득찬
땀냄새 가득한 거리여
어느새
정든 추억의 거리여
어느 핏발서린
리어카꾼의
험상궂은 욕설도
어느 맹인부부 가수의
노래도
희미한 백열등 밑으로
어느새 물든
노을의 거리여
뿌연 헤드라이트
불빛에
덮쳐오는 가난의 풍경
술렁이던 한낮의
뜨겁던 흔적도
어느새 텅빈거리여
칠흙같은 밤
쓸쓸한 청계천 8가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비참한 우리
가난한 사랑을 위하여
끈질긴
우리의 삶을 위하여
화려한 불빛도 없이
그저 각자의 삶의 길로
수없이 지나치는
사람들 그 사이로
내 의지보다는
타의로 생겨나고
사라지고
현실의 벽 앞에
난 눈물을 떨구고
가난이라는 글자에
포기란 단어로
끼워맞춰보기도 했지만
쓴가래 뱉어버리고
그래도
자식들의 꿈있는
미래를 위해
내 한몸
이 거리속에 묻혀
이 두다리로 버텨 뿌연
헤드라이트 불빛에
덮쳐오는 가난의 풍경
술렁이던 한낮의
뜨겁던 흔적도
어느새 텅빈거리여
칠흙같은 밤
쓸쓸한 청계천 8가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비참한 우리
가난한 사랑을 위하여
끈질긴
우리의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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