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애가

핸드폰애가

캔(CAN) 0 501
캔(CAN)
핸드폰 가진 지
어느새 십 년
그런데 하루하루
전화가 안 와
등록 건수
그럭저럭 늘었는데
친구 아닌 그냥 아는
사람들만 가득해
새로 나온 핸드폰
한번 사 봤어
아직까지 완벽하게
사용도 못해 봤어
영상통화라니
뭐에 쓰는 건가요
컬러링 바꿔도
누구 하나 몰라주는데
착신 내역에는 엄마
부장 엄마 엄마 엄마
어제 새벽 3시에는
발신자 표시 금지
그러다 지하철에서만
부르 부르르
(여보세요)
또 엄마야
문자를 보며 실실 웃는
저 여자가 짜증나
애인 사진 정신 팔린
저 남자들도 짜증나
핸드폰 번호는 계속
똑같았는데
이건 그냥 카메라
기능 있는 알람 시계야
핸드폰을 집에다
깜빡하고 두고 왔어
전화라도 올까 봐
안절부절못하고
십분에 한 번씩
회사에서 전화로
자동 응답 서비스를
하루 종일 확인해
(신규 메시지는
없습니다)
지난 주말 받아온
나이트 명함 위에
번호마저 사랑스런
그녀의 휴대폰에
무리해서 이모티콘 섞은
문자 전송
돌아온 문자는
실례지만 누구세요
착신 내역에는 엄마
부장 엄마 엄마 엄마
가끔은 이상한 광고하는
불법 전화야
맨날 운전하는 중에
부르 부르르
(여보세요)
또 엄마야
어느새 경찰차가
내 차 뒤를
바짝 쫓아오는데
어머니는
무슨 일이 난 거냐고
캐물으시고
이럴 거면 핸드폰 따윈
없는 편이 낫다
벨소리나 재생해서
혼자서 듣기도 해
착신내역에는 엄마
부장 엄마 엄마 엄마
아주 가끔
발신 번호 표시 불가야
두근두근
뭔가 기쁜 마음에
받아 봤더니
(누구세요)
여보세요
(오빠 나야)
옛날에 나 좋다고
쫓아다닌 그때 그 여자
이제 겨우 마음 잡고
잊고 살던 그때 그 여자
이럴 거면 핸드폰 따윈
없는 편이 낫다
이건 그냥 카메라
기능 있는 알람 시계야
문자를 보며 실실 웃는
저 여자가 짜증나
통화 할인 서비스 따윈
나는 필요 없어
차라리 핸드폰 따위
없는 편이 낫다
더 이상은
나오지도 말아 신 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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