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인사동

정태춘 0 452
정태춘
장승 하나 뻗쳐 놓고
앗따 번쩍
유리 속의 골동품
버려진 저 왕릉
두루 파헤쳐
이놈 저놈
손 벌린 돈딱지
쇠죽통에
꽃 담아 놓고
상석 끌어다
곁에 박아 놓고
허물어진 종가
세간살이
때빼고 광내어
인사동
있는 사람
꾸민 사람 납신다
불경기에 파장 떨이
다 넘어가도
고단한 신세
귀한데 가니
침 발라
기름 발라 인사동
놋요강에
개밥 그릇까지
가마 솥에
누룽지까지
두메 산골
초가 마루 밑까지
뒤져 뒤져
쓸어다 돈딱지
열녀문에
효자비까지
충의지사 공덕비
향내음까지
고려 신라 백제
주춧돌까지
호시탐탐
침 흘리는 인사동
양코쟁이
게다 신사 납신다
문 열어라 일렬종대
새치기 마라
푸대접 신세
물 건너 가니
침 발라 기름 발라
인사동
푸대접 신세
물 건너 가니
침 발라 기름 발라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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