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

정류장

패닉 0 167
패닉
해질 무렵 바람도
몹시 불던 날
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 창가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
어쩌지도 못한 채
난 그저 멍할 뿐이었지
난 왜 이리 바본지
어리석은지
모진 세상이란 걸
아직 모르는지
터지는 울음
입술 물어 삼키며
내려야지 하고
일어설 때
저 멀리 가까워오는
정류장 앞에
희미하게 일렁이는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알 수도 없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그댈 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댈 안고서
그냥 눈물만 흘러
자꾸 눈물이 흘러
이대로 영원히
있을 수만 있다면
오 그대여
그대여서 고마워요
결국 난 혼자라고
누구든 그렇다고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다고
손 잡아주던
그댈 잊어버린 채
생각하면 그댄
나와 함께였는데
고집을 부리고
다 필요 없다고
나 혼자 모든 것들을
감당하려 했었지만 나
그댈 마주쳤을 때
눈물이 흐를 때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되었네
낙엽이 뒹굴고 있는
정류장 앞에
희미하게 일렁이는
까치발 들고
내 얼굴 찾아 헤매는
내가 사준 옷을
또 입고 온
그댈 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댈 안고서
그냥 눈물만 흘러
자꾸 눈물이 흘러
이대로 영원히
있을 수만 있다면
오 그대여
그대여서 고마워요
나밖에 몰랐었지
어리석게도
주위를 한번만
둘러보기만 했어도
모두 한 명씩
나를 떠나가고
나는 세상과
계속 멀어지고
결국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언젠지도 모르게
내게 다가온 그대
세월이 모든 걸
변하게 해도
그대 손을
놓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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